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 (청산, 1993)
천상병 시인하면 많은 사람이 귀천이라는 시를 첫 번째로 기억합니다.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귀천을 통해서 그의 삶에 대한 철학과 신앙을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행복이라는 시는 그의 삶에 대한 생각과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고스란히 들려줍니다. 그의 시에는 바울의 자족이 있고, 하나님 나라의 평안이 있으며, 믿는 자의 감사가 넘쳐나고 세상이 줄 수 없는 행복이 있습니다.
그의 행복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빽이시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불행이라는 단어는 있으되 없습니다. 하나님이 복이시기에 모든 삶이 감사가 되고 평안과 기쁨이 됩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행한 삶을 살아간 사람… 하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노래한 시인… 오늘따라 선배가 더욱 커 보이는건 세상이 주는 아픔과 슬픔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선배의 시를 읊조리는건 그분이 또한 나의 빽이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