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가 또 이르되’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나오미가 남은 룻에게 지금 세 번째 설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오미가 하는 말이 너의 동서는 돌아갔다. 그러나 너도 너의 동서를 따라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어디로 돌아갑니까? 그의 백성과 그의 신들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의 백성은 모압인입니다. 모압인이라는 말은 그 민족과 그 사람들의 정체성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의 신들에게로 돌아갔다는 말도 모압 사람들이 믿던 신앙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모압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 가치를 매기는 방식, 믿는 방식, 가치관, 정체성, 삶의 태도, 이 모든 삶의 방식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예수님을 붙쫓기로 결정했다면, 어떤 삶의 자리에 서야 하고 그 자리에서 어떤 고백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룻은 자신의 삶에서 분명하고도 엄청난 결단의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16절과 17절입니다. 이 룻의 말을 학자들은 맹세라고 말합니다. 서약인 셈입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서약하는 것처럼, 이제는 내가 이런 삶을 살겠다고 맹세하는 것입니다. 삶으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먼저, 룻은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고 강권하지 말라고 요청합니다. 이 말은 어머니를 단순히 떠나지 않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어머니를 버리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어느 정도까지 버리지 않느냐 하면,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이런 맹세를 할 때 하나님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여기서는 여호와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룻은 지금 누구를 의지하고 신뢰하며 나아가는지를 분명히 알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자신을 다스리실 것을 분명히 믿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룻이 맹세하는 삶은 어떤 삶입니까?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겠습니다.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습니다. 이 말은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내가 어머니와 함께 하겠다는 고백입니다. 또한, 17절에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죽을 때까지도 충성하겠다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는 것은 당신이 죽은 뒤에도 거기 남아 있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룻이 이렇게 헌신을 고백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이것은 결국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 우리가 살펴볼 것은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나오미의 모습입니다. 19절에 보면, ‘이에 그 두 사람이 베들레헴까지 갔더라.’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오미가 베들레헴에 들어갈 때 아마도 마주친 동네 사람들이 나오미를 알아보고 반가워서 ‘이이가 나오미가 아니냐?’라고 외쳤던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나오미가 대답합니다. ‘나를 나오미라 부르지 말고 나를 마라라 부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나오미가 말하기를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셨음이니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징벌하셨고, 나를 괴롭게 하셨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말은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이런 고백은 여호와 하나님을 향한 슬픔의 고백입니다. 다시 말하면 애가라는 말입니다. ‘나는 풍족하게 나갔는데, 여호와께서 나를 텅 비어 돌아오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이 고백은 하나님 앞에 내어놓는 자기 탄식입니다. 하나님께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음을 탄식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내 인생이 너무 어렵습니다. 하나님, 내 삶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하나님, 내가 지금 너무 힘이 듭니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지금 내가 너무 영적으로 메말랐습니다. 그러나 이런 탄식 뒤에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인정하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모르면,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모르면, 하나님의 일하심을 모르면, 하나님을 향하여 이런 말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오미는 하나님을 향하여 애가를 부르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