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삶을 살아갈 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난의 문제는 이해하기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고난이 임할 때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때로는 고난의 원인은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고난의 원인을 돌립니다. 그런다고 고난이 떠나갑니까?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여전히 고난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나오미는 극심한 고난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그럴 때 나오미는 얼마든지 환경을 탓하거나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본문을 보다 보면, 나오미는 자신의 환경이나 남편을 탓하거나 비난하는 단어들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아주 담백하게 상황들만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고난에서 나오미는 어떤 삶을 살았습니까?
본문에서 나오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바로 6절이 말하고 있는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시사’라는 말입니다. 베들레헴 땅이 다시 풍년이 들었다는 소식은 나오미에게는 매우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오미는 단순히 풍년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셨다는 것입니다. 나오미는 여호와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살면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게 분명한 약속을 주시고 그 백성은 그 약속은 신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고난을 통과할 수 있는 힘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는 믿음입니다.
이처럼 여호와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또 보이는 대목이 있습니다. 7절부터 나오미는 고향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한 이후 두 며느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6절 끝에 보면 나오미가 두 며느리와 함께 일어나 모압에서 돌아오려고 있던 곳에서 나옵니다. 이 세 명이 유다 땅으로 길을 가다가 모압과 유대의 경계선상 쯤에서 나오미가 며느리들에게 각자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 남편의 집에서 위로를 받기를 구하며 헤어지자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입 맞춥니다. 그럴 때 두 며느리는 소리 높여 웁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말하기를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백성에게로 돌아가겠다고 말합니다. 나오미는 다시 설득합니다. 그러자 그들이 다시 소리높여 웁니다. 그리고 오르바는 시어머니에게 입 맞춥니다. 그러나 룻은 그를 붙좇았습니다. 나오미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남겨질 이 여인들에게 축복합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선대하시기를 원한다.’라고 말합니다. 너희가 나와 내 아들들을 사랑하여 주었으니 여호와께서도 너희에게 그렇게 사랑을 베풀어 주시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9절에서도 보면,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허락하사 각기 남편의 집에서 위로를 받게 하시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나오미는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고백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녀들의 삶을 하나님 앞에 맡겨 드리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선대해 달라고, 인자를 베풀어 달라고,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구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는 나오미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나오미는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며 며느리들을 설득할 때, 오르바는 시어머니를 껴안고 입 맞추며 떠납니다. 그러나 룻은 오히려 그를 붙좇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룻의 입장에서 보면, 베들레헴으로 가는 것은 다른 나라로 가는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고 가족을 떠나는 삶입니다. 그곳에서 대접받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삶입니다. 어쩌면 아무도 룻을 반기지 않는 삶일 수 있습니다. 너무나 어렵고 힘든 결정일 수 있습니다. 이때 룻은 오직 한가지 나오미를 붙좇았다고 말합니다. 붙좇았다는 것은 달라붙다. 매달리다는 뜻입니다. 시어머니에게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무엇을 말합니까? 나는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앞으로 일어날 모든 삶을 올인하겠습니다. 이런 뜻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나오미와 룻은 자신을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그랬기에 서로를 축복하고 기꺼이 헌신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 모든 것을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