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이 1년의 오곡백과를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날이라면, 맥추감사절은 1년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베푸실 은혜를 기대로 감사하는 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도시 생활에 익숙한 나머지 농경풍습이 크게 피부로 와닿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1970년대생 이후부터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맥추감사절에 대한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도시인들에겐 보리 수확과는 큰 의미가 없지만, 1년의 반이 지나는 시점에서는 신앙적으로 깊이 숙고해야 할 의미가 있습니다. 맥추감사주일은, 산 날과 살 날 사이에 서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절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야곱은 죽은 줄 알았던 요셉을 만나고, 인생의 큰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환경뿐만 아니라 신앙적인 큰 변화를 가져오는 대목이 바로 오늘 본문입니다. 산 날과 살 날 사이에 서서 그는 큰 심경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험난한 인생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셨습니다.
야곱은 47장 9절에서 바로를 대면한 자리에서 인생을 평가합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창 47:9) 그리고 그는 오늘 본문에서 말하기를 “…나의 출생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창 48:15)이라고 고백합니다. 심지어 손주들에게 “복을 주시고 이들이 세상에서 번식되게 하기를 원한다”(창 48:16)고 희망을 선포합니다. 야곱은 지금껏 산 날이 제아무리 험악했다지만, 그럼에도 살 날에 대해 희망을 선포하며, 지금도 자신을 기르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기르시는 분이십니다.
- 감사는 멈춰서서 하나님 앞에서 생각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법입니다.
영어로 ‘think’와 ‘thank’가 어원이 같습니다. 이를 가리켜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생각한다는 것은 감사한다는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감사는 생각의 영역에 속하기에, 생각할 때 감사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야곱은 자기 힘으로 살았을 때는 야곱의 인생으로 살았습니다. 야곱은 “발꿈치를 잡는 자, 속이는 자, 빼앗는 자”라는 뜻을 가집니다. 야곱은 말한 험난한 인생은 자기 힘으로, 악착같이 속이고 빼앗고 등쳐먹는 삶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를 받았던 야곱이지만, 정작 야곱은 하나님을 먼저 찾지도, 그분을 위한 삶을 살지도 않았습니다. 악착같이 자기만을 위해 살았던 자입니다. 그랬던 자가 하나님의 사자를 만나고 이름이 바뀌어집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군병, 하나님의 통치가 시작된 자”라는 뜻입니다. 그는 자기를 위한 삶에서 멈춰서니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혼자였던 인생이 혼자 아닌 하나님과 함께 하는 인생을 알게 되었고, 고달픈 인생이 희망이 보이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야곱이 인생의 여정 속에서 멈춰서 하나님으로 인해 감사를 생각해 냅니다. 감사는 멈춰 생각할 때 드러납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온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야곱과 같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힘내십시오. 맥추감사주일인 지금, 2024년의 절반을 지나는 이 시점에 산 날과 살 날 사이에서 인생을 되짚어 보십시오. 멈춰 하나님을 생각하면, 감사가 절로 드러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