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가 다 똑같지, 다 좋은 얘기하고, 다 잘 살아보자고 얘기하는 거 아니야? 기독교인들은 유난히 자신들의 종교만 옳다고 하더라, 다른 종교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가지세요. 라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시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종교 다원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종교 다원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넓게 받아들여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세계는 종교의 문제로 인해 많은 전쟁이 일어났었고, 지금도 여전히 분쟁 중에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큰 비극들이 일어났습니다. 기독교도 기독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많은 사람을 착취하고 고통을 겪게 했었습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이제 인류가 좀 더 성숙한 자세로 다른 종교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평화의 접촉점을 만드는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게 되었습니다.

종교 다원주의자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슬람은 이슬람대로, 힌두교는 힌두교대로, 불교는 불교대로 어떤 궁극적인 실재, 즉 절대자에게 나아가는 동등한 길이 있다, 그리고 모든 종교에서는 비슷한 도덕적, 윤리적 가르침이 있다, 예를 들면 불교도 살생을 금하고, 힌두교에서도 살인을 금하고, 이스람교도 살인을 큰 죄악으로 보며,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종교들이 겉으로는 서로 달라 보여도 궁극적인 실재과 구원에 이르는 동등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세계 역사의 많은 부분이 종교 간의 갈등과 분쟁 비롯되었는데, 각 종교가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도 궁극적인 실재에 이르는 동등한 동반자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면 이런 비극과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그럴듯한 말을 합니다. 그리고 기독교는 자기 종교만이 최고고 절대적인 진리라고 주장하는 오만과 착각, 미성숙함에서 벗어나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종교 다원주의가 주장하는 것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먼저는 모든 종교가 동등하게 구원과 실재에 이르는 길이다 라는 주장은 겉으로 보이는 종교 간의 유사성에만 초점을 맞춘 입장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유사성만으로 그 종교를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각 종교의 가르침과 진리의 주장들을 비교해 보면 종교 간의 차이는 서로 조화시킬 수 없을 만큼 큰 것입니다. 그저 똑같은 것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만 해도 결코 같은 것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종교 다원주의는 기독교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기독교 신앙의 유일성을 배격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람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처한 곤궁과 어려움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자력 구원을 가르십니다.

종교 다원주의는 결국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은 마치 중립적인 입장에서 각각의 종교를 대하고 종교 간의 화해와 조화를 논하는 것 같지만, 근거 없는 믿음과 확신을 다른 종교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모든 종교가 동등하게 진리와 구원에 이른다고 믿는 종교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사실상 종교 다원주의 자체가 하나의 종교고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종교 다원주의자들은 개개의 종교가 이해하는 자기 종교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제3의 입장을 수용하라고 강요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제국주의적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해하는 궁극적 실재는 기독교가 이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과는 완전히 다른 분입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분리되어서는 이해할 수도 없고, 또한 삼위일체 가운데 제 3위이신 성령하나님과도 분리되어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실 기독교인으로서 종교 다원주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실상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종교 다원주의라는 새로운 종교의 신봉자가 된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