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출애굽기 20장 12절
제목: 돌판에 새겨진 부모 공경의 참뜻
“부모를 공경하라”, “부모에게 효를 다하라”는 가르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중요하게 여겨져 왔습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과거이든 현재이든 시대를 초월해 강조되어 온 보편적 진리입니다. 이 가르침은 종교를 불문하고 모든 전통 안에서 강조되며, 유명 인사나 지혜자로 불리는 인물들 역시 하나같이 이를 삶의 기본 덕목으로 여겨 왔습니다. 기독교는 물론,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유교 등에서도 이 가르침을 중시하며, 심지어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부모 공경을 강조했습니다. 시대와 문화를 넘어, 상황과 환경을 초월해 변함없이 소중히 여겨진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은 단지 인륜의 덕목이나 도덕적 권면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친히 주신 명령입니다. 하나님께서 두 돌판에 직접 기록하신 열 가지 계명, 곧 십계명 중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계명으로, 짧은 문장 속에 깊고도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이 계명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연결 지점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십계명을 살펴보면, 1계명부터 4계명까지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으로, 모두 하나님의 이름이 직접 언급됩니다. 5계명은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후문에 하나님의 이름이 다시 언급됨으로써,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이 계명은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 상호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전환점의 의미를 지닙니다.
둘째, 이 계명은 하나님께서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시는지를 보여줍니다. 부모는 인간관계 속에서 상하 관계(수직)와 좌우 관계(수평)가 가장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존재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속에는 권위와 순종이 있고, 동시에 사랑과 신뢰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곧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반영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더 좁게는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의 본을 이루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부모 공경을 강조하신 이유는, 그 속에서 우리가 건강한 관계를 보고 배우고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부모 공경은 축복의 통로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행위는 단지 도덕적 책무가 아니라,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의 통로가 됩니다. 부모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관계를 처음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익히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과 돌봄, 조언과 가르침, 물심양면의 헌신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자산이며, 삶의 방향과 관점,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은 지대합니다. 특히 신앙의 유산은 더욱 값진 것입니다. 부모를 공경함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법을 배우고, 그 경외함 속에서 하나님의 유산을 이어받게 됩니다.
결국, 부모 공경은 단지 인간의 도리나 사회적 규범 차원을 넘어섭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친히 명령하신 계명이며, 하나님과 사람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그래서 부모 공경은 어떤 사회 규범보다 앞서는, 신앙적이고도 삶의 근본이 되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