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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밤을 통해

우리에게 꿈을 꾸도록 하십니다

밤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은하의 흐름에 배를 띄우고

달을 맞는 싱그러운 꿈을 가지도록 말입니다

 

은하에서 길어 온

풀잎 하나 하나에까지

온 세상 흩뿌려 맺힌 이슬로

아침 햇살은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아이의 고운 보조개가 패이며

커튼을 젖히는

내 이마에 와 부딪는 건강한 하루가

가벼운 발걸음을 시작하게 합니다

 

당신이 손수 빚어 만드신 세상이기에

공평하신 당신의 호흡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누가 씨앗을 뿌려도 생명의 대를 잇게 하는

바로 그 신비한 진리는

우리의 가슴에 새로운 씨앗이 되어

움을 트게 합니다

 

젊은 여름 날

철없이 나대는 발길 앞에서

당신은 김을 매십니다

돌멩이를 집어내십니다

그리고 조용히 물꼬를 대어

당신이 바라는 형상을 빚을 수 있게

가슴을 촉촉이 적셔 주십니다

 

이제 우리의 모습이 영글어 지고

바램의 결실로 매듭지어질 때

당신의 공의는 낫을 대십니다

가라지는 골라 불에 던지십니다

알곡이 된 성숙한 삶은

당신의 품안에 거두십니다

 

한 톨 한 톨

다시 씨앗이 되는 기쁨을

우리게 내리시는 당신의 섭리를

노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인귀·시인,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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