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삶은 빠른 것에 익숙해 있습니다. 사회도 빠르게 변화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도 빠르게 변화합니다. 특히 한국은 빨리 빨리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빠른 것에 열광하는 나라입니다.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발달한 나라 가운데 한국이 들어갑니다. 인터넷 속도는 해외에 나가보면 체감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빠른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 가면 속이 터집니다.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빠른 것에 익숙해져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합니다.
예배시간에도 보면 한 시간 예배가 1분이라도 더 걸리면 조급함을 드러냅니다. 몇 주 전 나가실 때 본당 의자를 닦으시라고 항균 티슈를 의자마다 배치했습니다. 예배 마치고 나가실 때 닦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가장 젊은 분이 닦으시라고 광고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직 설교 중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생각하실 때 설교의 결론 부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셨는지 티슈를 꺼내서 닦기 시작합니다. 옆에 앉은 젊은 분에게 빨리 닦으라고 눈치를 주고 재촉을 합니다. 마지막 찬양을 할 때 일어서면서 닦기 시작합니다. 예배는 뒷전이고 빨리 닦아야 한다는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앙은 속도가 아닙니다. 기다림입니다. 교회에 오면 분주하던 삶을 잠시 내려놓고 예배 시작 전에 나오는 잔잔한 찬양을 들으며 기도하며 묵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묵상은 기다림입니다. 예배가 끝나면 잠시 본당에 앉아 예배를 통해 느낀 감동이나 고백을 하며 기도하는 것도 기다림입니다. 분주한 하루의 삶 가운데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찬양을 들으며 묵상을 하는 것이 기다림입니다. 성경을 읽으며 오늘 나에게 무엇이라 말씀하시는지 잠잠히 기다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 바로 신앙의 삶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기다려야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주님 다시 오실 그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입니다.
오늘부터 대림절입니다. 대림은 ‘도착’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오기로 약속되어 있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에게 다시 오시기로 약속하신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절기가 바로 대림절입니다. 마지막 때에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 그 약속을 품고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2,000년 전에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을 기억하고 회상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 삶에 임재해 주실 것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이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겠습니까? 그리스도인은 이 대림절의 시간을 통하여 기다림의 경험을 하여야 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고 다른 곳에 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서 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깨어 있어야 합니다. 등불을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밤이지만 날이 밝아 올 것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 회복될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인내하며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이 기간에 그리스도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다리면 좋을까요? 개인 생활, 가정생활, 교회 생활, 직장 생활에서 점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정돈하면 좋겠습니다. 종말의 삶을 사는 자답게 방탕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말씀과 기도로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갑시다. 나름대로 성경 본문을 정해놓고 읽으셔도 좋구요. 기도의 시간을 정해놓고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기도하며 정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실제적으로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쳐 가면서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님 앞에 서기 전에 내가 정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보며 이 대림절을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