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에 오른쪽 눈에 망막박리가 왔을 때는 정말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습니다. 약 두달 간의 요양으로 잘 아물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처럼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2월에 오른쪽 눈에 황반원공이라는 병이 또 생기게 되었습니다. 병명은 다르지만 수술방법은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눈동자 속에 있는 유리체를 제거하고 잘못된 부분을 눈동자 속으로 기계를 넣어 끄집어내고, 붙이고, 다시 물을 집어넣는 그런 수술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왼쪽눈 망막박리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인들의 모습들이 떠오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함께 예배하지 못함으로 인해 저들의 신앙이 흔들리면 어떻게 하나? 약해져서 스스로 일어날 힘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소망을 잃어버린 신앙인이 되면 어떻게 하나? 많은 염려와 근심이 저에게 있었습니다. 이것마저도 맡겨야 한다고 하지만 교회 리더로서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생각들입니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약 한 달 전에는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습니다. 발부터 목까지 음식을 잘못 먹었을 때 날법한 두드러기가 온 몸을 뒤 덮었습니다. 주일 저녁에 발견하여 월요일부터 피부과를 한 주간 동안 4번이나 방문하여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으며 차도를 지켜보았습니다. 마침 주말이 되면서 안정이 되어 더 이상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치료가 끝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두주쯤 지났을 때부터 돋보기를 써도 글씨가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지난 주일 설교할 때는 강단에서 성경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눈에 무엇인가 이상이 온다는 느낌을 받아 급히 안과에 가서 조사를 했습니다. 진찰을 마친 의사 선생님이 말씀을 하지 않으시더라구요. 저를 잘 아시니까 더 이상 할 말이 없으신 것입니다. 왼쪽 눈에 망막박리가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급하게 충대로 다시 달려와서 그날 입원을 하고 다음날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수술장이 꽉 차 있었는데 점심시간 때 잠깐 짬이 나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감사하고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망막박리는 수술할 때 눈동자 속에 가스를 집어넣어 찢어진 망막을 붙이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2주 이상 엎드려 있으면서 가스의 힘으로 망막을 붙여야 합니다. 다른 곳은 다 괜찮은데 누워있어야 하는 것이 정말 힘이 듭니다. 평소에도 엎드려 잠을 자지 않고 똑바로 누워 자는 편이어서 엎드린 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처럼 엎드려 있으면서 지난 번 마가복음 시리즈 설교를 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마가복음 8장과 10장에 두 번 눈먼 자를 고치시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8장에서는 예수님께서 안수하셨을 때 물으십니다. 무엇이 보이느냐? 사람들이 보이나이다. 나무 같은 것들이 걸어 가는 것을 보나이다. 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잘 보이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고 누리는 것도, 신앙의 삶을 사는 것도, 때로는 사역을 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우리의 생각, 우리의 열심, 우리의 의지로 나아갑니다. 그러니 자세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계속하여 주님의 말씀에 집중하여 반응할 때 잘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잘 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이 시간을 통해 세상을 보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고, 통로를 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점점 선명한 눈으로 보라고 말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그 시각이 필요합니다. 희미한 시각으로 신앙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보면서 신앙생활해야 하는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