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무리에게 잡히셔서 대제사장에게 끌려갑니다. 그곳에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과 율법학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이들은 공회원들입니다. 공회는 유대인의 자치기구입니다. 71명으로 구성된 공회는 종교적인 문제를 다루는 기구입니다. 그들이 다 모였다는 것은 이 모임을 통해 공식적으로 심문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를 죽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로마의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공식적으로 사형을 선고할 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형은 로마의 법정에서만 선고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예수님은 밤에 잡혀 왔습니다. 밤새도록 끌려다니며 심문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사형 재판은 밤에 열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볼 때 공회에서 하고있는 심문과 재판은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보면 그들이 이런 불법적이고 짜맞추기식 재판을 진행하여 예수를 사형에 처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잘되지 않는 것을 보여줍니다. 55절에서 ‘예수를 죽이려고 그를 칠 증거를 찾되 얻지 못하니’라고 하였습니다. 56절에서 그 이유를 거짓 증언하는 자는 많지만 그 증언이 서로 일치하지 못하였습니다. 성경에는 어떤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할 때 증인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함으로 그 증언이 신빙성이 없어진 것입니다. 58절에도 보면 ‘손으로 지은 성전을 내가 헐로 손으로 짓지 아니한 다른 성전을 사흘 동안에 지으리라.’고 하였다고 누군가 일어나 증언합니다. 그러나 그 증언도 서로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오늘의 핵심인 대제사장이 예수님께 묻지만 예수님이 침묵하십니다. 이것을 예수님의 은닉성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사역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추었습니다. 대제사장이 다시 묻습니다.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 마치 비웃듯이 하는 질문에 예수님은 놀랍게도 대답을 하십니다. ‘내가 그니라. 인자가 권능자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고 대답합니다. 그들은 이 말을 빌미로 사형에 해당한다고 말하며 때리며 모욕하기 시작합니다. 대제사장은 그리스도냐?라고 물었지만 예수님은 인자라고 대답하십니다. 그리스도는 메시야란 말입니다. 네가 이 로마 제국 속에서 우리를 구원해 낼 구원자냐?라고 묻는 질문에 내가 하나님께서 보내시기로 작정하신 바로 그 사람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대제사장은 조롱하듯 네가 그리스도냐?라고 하였지만 예수님은 그 조롱을 자기 고백으로 바꾸십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역설입니다. 오늘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들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사역 속에는 이런 역설, 아이러니가 가득합니다. 15:16 이하에 보면 군인들이 희롱합니다. 군인들은 예수에게 자색 옷을 입힙니다. 자색 옷은 왕을 상징하는 색깔입니다. 그들은 조롱하기 위해 입혔지만 예수님은 참 왕으로서 임하신 것입니다. 그들은 가시관을 엮어 씌우며 조롱하지만 예수님은 참으로 면류관을 쓰신 왕의 왕이 되신 것입니다. 군인들은 조롱하며 엎드려 경례하여 말하기를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고 비웃었지만 예수님은 참으로 유대인의 왕으로 오셨습니다. 15:26 이하에 보면 십자가에 죄패를 붙일 때 유대인의 왕이라고 씁니다. 물론 그들은 조롱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그러나 에수님은 그것을 자기 고백으로 바꾸신 것입니다. 15:31에 보면 대제사장들도 서기관들과 함께 희롱하며 말합니다.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그러나 그는 자신도 남도 구원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