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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우리가 사용하지 않던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만 나온 말인가 싶어서 WHO 홈페이지에 가서 이 말을 어떻게 사용하나 보았더니 역시 여기서도 ‘Social distancing’을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 그 영향력이 최소 1미터 이상 가는데 그것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는 기침을 하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1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하기 위해 줄을 설 때도 1미터 간격으로 서 있게 하였습니다. 외국에서도 슈퍼에 들어갈 때 슈퍼 밖에서 1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 있다가 한 명씩 슈펴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1미터 두라는 이 말이 단순하게 생각하면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말 같지만,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관계적 거리로 나아가면 이 1미터는 사실 매우 먼 거리가 되어갑니다. 우리가 관계에 따라 상대방과 대화하는 거리가 달라집니다. 처음 만나고 어색한 만남은 일정한 거리가 있습니다. 그게 약 1미터 정도가 아닐까요? 그런데 친밀한 관계는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아주 친밀하면 몸이 거의 밀착이 됩니다. 팔을 잡기도 하고, 껴안기도 합니다.
선창교회 본당에도 1.5미터에서 2미터 간격으로 앉을 수 있도록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모든 교인이 교회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끼리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조치를 한 것입니다. 지난 주일은 부활주일이어서 몇몇 분들이 부활의 기쁨을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하셔서 오시게 했습니다. 몇몇 분들이 오셔서 띄엄띄엄 앉아계신 성도들을 바라보면서 한 편으로는 적은 수이지만 성도들 앞에서 설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혹시 설교를 들으시면서 몇 주 전보다 제 목소리가 빨라지고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비록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많은 분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없었기에 안타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영적으로 하나되고 친밀함을 느끼고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몸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익숙해 지면 다른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가 쉽지 않아질 것입니다. 지금도 누군가를 만나면 어느 거리까지 갈 것인가가 고민이 됩니다. 멀리서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만 할 것인가? 아니면 가까이 가서 주먹으로 서로 부딪칠 것인가? 아니면 더 가까이 가서 악수를 하고 팔을 잡으며 반가워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이 있습니다.
친구를 만났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보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더 맞지 않겠는가라는 것입니다. 저도 그 말에 매우 공감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아니라 물리적 거리 두기, 신체적 거리 두기라는 말을 사용함으로 우리가 거리 두기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 거리 두기 외에는 친밀함의 자리로 더 가까이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신앙의 거리 두기는 옳지 않습니다. 신앙의 거리 두기가 아니라 혹시 내가 교회에 감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교회에 가고 싶지만 잠시 미루는 신체적 거리 두기가 더 낫지 않을까요? 단순한 용어이지만 우리의 생각과 습관을 바꾸게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을 바꾸지는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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