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명은 하나님에게서 사람들에게로 넘어오는 계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십계명이 쓰인 돌판을 두 돌판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1계명부터 4계명까지 기록되어 있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돌판에서 5계명부터 10계명까지, 사람들과의 삶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첫 번째 돌판에서 두 번째 돌판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5계명이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이어준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사람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도구로 5계명이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육신의 부모를 이 땅에서 하나님을 대신하여 역할을 하는 도구로 간주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를 향하여 공경하지 않는 삶에 대하여 매우 엄격하고 무섭게 다루고 계십니다.
제5계명의 특징을 들라면 10계명 가운데 유일하게 약속이 첨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2절에 보면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네 생명이 길다는 말은 오래 산다는 말보다는 복된 삶을 살게 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가정은 부부가 중심이 되고 가정의 기초가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부모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통하여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약속을 말씀하시는 것은 다른 한 편으로는 그 계명을 지키지 않을 때 임할 벌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출 21:17 부모에 대한 학대나 구타, 출 21:17 저주, 레 21:15 폭행, 겔 22:7 멸시와 업신여김, 잠 30:17 조롱, 잠 28:24 착취, 레 20:9 악담과 같은 것은 부모에게 불경죄를 지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불경 죄를 유대 사회에서는 사형으로 엄하게 다스렸습니다. 돌로 쳐 죽이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5계명은 우리의 삶의 배경이 어떠하든지 이 계명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경한다는 말은 무겁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를 무겁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치를 두라는 말입니다. 부모를 공경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나의 부모님을 통하여 나에게 생명을 주셨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부모님을 공경하며 그 부모님을 향하여 하나님 아버지께서 일하심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하나님의 일하심의 통로로 사용되셨기에 공경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잘못을 드러내기 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일하심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 공경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과 같은 경우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고 공경할 것을 말하고 있지만 권위를 절대화 하거나 그들에 대한 공경을 한 편만을 위한 일방적인 의무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엡 6:1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엡 6:1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자녀들이 마땅히 부모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 순종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권위를 침해하지 말아야 하고, 더 나아가 하나님의 권위에 모순되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에게 순종할 때 ‘주 안에서’라는 단서가 붙는다면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 안이라고 하여 불신 부모들에 대하여 불순종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순종이 부모에 대한 순종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불신 부모라 할지라도 성경이 말하고 있는 부모에 대한 의무를 다 해야 함을 말합니다. 오히려 부모의 회심을 위해 더욱 섬기는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